[사카모토 류이치 Playing the Orchestra 2014] Review

2019.01.09 02:43RYUICHI SAKAMOTO/Posts


  piknic에서 주최하는 'Ryuichi Sakamoto: LIFE, LIFE' 특별전과 지난 6월 중순에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덕에 한국에서도 사카모토 류이치에 대한 대중의 시각이 넓어지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인디 음악 활동을 시작했던 사카모토 류이치는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와 함께 전자 음악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Yellow Magic Orchestra)'를 결성하였으며 록스타 데이빗 보위가 함께 주연했던 [전장의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통해 1983년부터 영화 음악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카모토 류이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그를 한동안 '뉴에이지 음악가'로만 받아들이기도 했다. 사카모토 본인 역시 '나의 음악을 뉴에이지에만 한정 짓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발언한 바 있으며 이를 증명하듯 지난 40여 년간 드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여왔다.


  지난 2018년 5월, 내가 'LIFE, LIFE' 특별전을 관람한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미처 라이센스 발매되지 않았던 'Playing The Orchestra 2014'의 실황 블루레이를 구입하려고 했던 것이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1996' 앨범이나 'THREE' 앨범 등 피아노 3중주 공연 활동으로 유명한 데 반해 풀 오케스트라 협연은 손에 꼽을 만큼 귀중하다. 2013년 NHK 채널에서 방영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교실 ~ Scholar'를 계기로 사카모토 류이치는 Playing The Orchestra 1997 "f" 이후 16년 만에 자신의 작품을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선보인 바 있다. 'Playing The Orchestra 2013' 역시 CD나 블루레이 등으로 발매된 바 있지만 2014년 프로젝트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지휘를 담당하고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곡들이 즐비하는 특별함이 있다. 리듬, 하모니, 멜로디 등 음악의 3요소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 'Still Life'부터 국내에서도 친숙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까지 수십 년에 걸쳐 변화된 사카모토 류이치의 걸작들을 관현악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비록 'Playing The Orchestra 2013'의 연이은 공연이기 때문에 'Bibo no Aozora'나 'Aqua', 'The Last Emperor' 등 유명한 곡들은 중복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직접 선보이는 지휘와 도쿄 필하모닉 교향악단의 능숙한 연주 덕에 공연은 1년 전 프로젝트보다 안정적으로 들리며 'Happy End', 'Ballet Mecanique' 등 잊힌 줄 알았던 초창기 작품들의 어레인지 버전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나 2017년 정규 앨범 [async]에서 알 수 있듯, 사카모토 류이치의 최근 관심사는 아무래도 '끝나지 않는 소리'인 것처럼 보인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불멸의 소리야말로 진정한 자연의 소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열망은 100여 명이 동원되는 오케스트라 협연에서도 살며시 녹여 있다. 'Still Life'나 'Anger - from untitled 01' 등 관현악으로 듣기에는 다소 난해한 음악도 수록되어 있지만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집중하고 있는 '소리 탐구가'로서의 활동이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예술가의 집념을 담아냈다. 


  공연의 1부가 현재의 '교수님' 이미지인 사카모토 류이치라면 2부는 흔히 알고 있는 '류이치 사카모토'다. 'The Last Emperor'의 2014년 연주는 내가 듣던 공연 중 가장 강렬하고 감정적인 무대였으며 앙코르 곡인 'Yae no Sakura'의 연주는 동서양의 결합이 빚어낸 최상의 작품이었다. 'Playing The Orchestra 2014'의 마무리는 사려 깊은 피아노 연주로 시작하여 비범한 관현악으로 끝나는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공연이다. 이처럼 'Playing The Orchestra 2014'는 지난 40여 년 간 수많은 얼굴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 이름은 물론이고 개인의 음악적 탐구를 거듭해낸 사카모토 류이치 그 자신을 선사한다. 이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예술에 대한 태도 단 한 가지는 반드시 굳건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