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Asadoya Yunta" (아사도야 윤타)

2019.01.09 13:22RYUICHI SAKAMOTO/Solo



  사카모토 류이치만큼 언제나 큰 영향력을 미치면서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바흐와 드뷔시를 동경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장 뤽 고다르, 피에르 파올로 파솔리니 등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접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다져왔다. 이러한 사실을 반증하듯 데뷔한 이래로 줄곧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큰 반향을 자아냈다. 특히 'Ryuichi Sakamoto'라는 이름이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된 계기는 데이빗 보위와 공동 출연한 1983년작 [전장의 크리스마스]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세계의 사카모토'라는 명성을 얻은 사카모토 류이치였지만, 어느새부터인가 12음계로 이루어진 서양 음악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시선은 점점 더 일상적이고 집요한 곳으로 향했다. 그중에서도 류큐 왕국 시절부터 이미 독보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유명했던 오키나와 민요를 눈여겨보았다.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을 작곡하면서 중국의 전통 악기를 통해 서양의 클래식 화법을 시도한 사카모토 류이치는 7집 솔로 앨범인 "Neo Geo"에서부터 동일한 방법을 택했다. 오키나와 민요와 현대 음악을 결합시킨 것이다.



  1990년 앨범 "Beauty"에 수록된 "Asadoya Yunta (아사도야 윤타/安里ユンタ)"는 오키나와의 야에야마 섬에 살고 있는 '아사토 쿠야마 (安里クヤマ)'라는 여성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키나와에 파견된 지방 관료가 지역 최고의 미인인 아사토 쿠야마에게 청혼을 하지만 정작 그녀는 흥청망청 살고 있는 관료보다도 본인이 사랑하는 다른 남자를 택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오키나와 민요 중에서도 단연 명성이 자자한 곡이었는데도 사카모토 류이치는 그동안의 갈고 닦은 실력을 십분 발휘아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각색시키는 데 성공했다. 동양의 전통 음악을 서양의 악기로 선보인다니 이질감이 들 수 있을 법하지만 이 곡을 이루는 온갖 음향들은 하나 같이 맑고 순수한 사운드를 내고 있다. 더군다나 사카모토 류이치의 간드러진 메인 보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카모토의 팬이라면 이 현대식 민요를 절대 지나치면 안 된다.


  주로 월드 투어를 일삼고 있기 때문에 사카모토 류이치가 이 곡을 공연할 때면 서양의 뮤지션들이 함께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오랜 바람은 세계를 거대한 장벽 없이 하나의 공동체로 봐야 한다는 의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전통 음악을 연주할지라도 세계 각지의 뮤지션들이 참여하는 진풍경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사카모토는 필요한 순간이 오면 반드시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면서도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매개체 삼아 자신의 뜻을 전한다는 점에 있어서 사카모토 류이치는 진정으로 멋진 음악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