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0

2019.01.10 02:03잡담

  3년 전 오늘을 잊는 날이 오기나 할까. 데이빗 보위라는 이름을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우연찮게 보위의 존재를 깨달은 나는 곧바로 그의 찬란한 그림자를 쫓기 바빴다. 록이라는 음악에 전혀 무지한 나였고 그렇게 소름 끼치는 노래 실력을 지닌 가수도 아니었으면서도 데이빗 보위는 내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편안함을 주었다. 침대에 누우면서 음악을 듣다가 '이 곡은 정체가 뭐지?' 하고 제목을 확인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찰랑한 적색 머리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패션을 자랑하는 라이브 무대는 보고만 있어도 뭐든 가능해보였다. 


  마냥 순탄한 덕질이 이어졌을 것 같겠지만 그 때의 나는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한다는 감정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보위를 향한 애정도 1-2년쯤 지나니 시들해지기 마련이었다. Blackstar가 선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려니 하며 그저 넘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는 정말 뒷통수를 갈겨도 시원찮을 멍청한 인간이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보위의 69번째 생일이 지나 나는 누구보다도 보잘것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포털 사이트를 들어갔는데 믿기지 않는 순간이 불쑥 찾아왔다. 한동안 익숙했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상황이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화면을 눌러보니 그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더란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까지도 어떠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좌절, 슬픔, 절망 그 무엇이라기보다는 그저 어이가 없었고 현실을 부정하기까지 했다.


  많은 보위 팬들이 ★ 앨범을 자주 못 듣는다고 고백하지만 사실 내 경우에는 No Plan을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시도해본 적이 있긴 해도 늘 실패로 돌아섰다. 이제 그 앨범도 발매된 지 꽤 지난 음반이 되었지만 수록곡들이 어떤 곡이고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아예 알지도 못한다. 사망하고 나서까지도 언제나 새로운 자아를 각인시키는 존재라니 정말 잔인하면서도 무서운 사람이다. 어쩌면 내가 데이빗 보위를 좋아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데이빗 존스는 죽었다 한들 데이빗 보위의 유산은 영원하다. 이건 나 혼자만의 주장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것이다.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치기 위해 그 본인은 예술 자체로 거듭났다.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그날처럼 나는 앞으로도 그가 남긴 그림자를 따르며 울고 웃고 또 감동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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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10  (2)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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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n Bak2019.01.18 22:14 신고

    어머... 비밀 댓글 써 주신 걸 볼 수가 없어요. 가입을 하든가 해야겠어요. 어뜨카지. 위의 댓글 지울게요. 담에 이어서 얘기해용. 티스토리 넘나 폐쇄적인 것. 제 비번 치면 대댓글도 열리게 해 놔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없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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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 누아르2019.01.19 02:02 신고

      으아니 당연히 볼 수 있는 기능인 줄 알았는데 대댓글까지 비밀글이었나 보네요 ㅋㅋㅋ 암튼 선님 여기서도 만나서 반가워요! 예상하신 것보다는 두 살 위랍니다 ㅎㅎ 어쩌다보니 레트로 매니아가 되어버렸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