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YUICHI SAKAMOTO/Music

사카모토 류이치 "Self Portrait" (셀프 포트레이트)


  Self Portrait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4집 앨범 '음악도감'의 4번 트랙으로 발랄한 마림바 연주와 펑키한 기타 사운드가 두드러지는 연주곡이다. Self Portrait가 수록된 '음악도감'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약 5년간 몸 담았던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의 그룹 해산 이후 발매된 음반이었으며 그동안 명확한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작곡을 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최대한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채택하여 앨범을 이루어나갔다고 한다. Self Portrait 역시 일단 피아노 앞에서 무엇이든 연주를 하다가 탄생한 곡이었다.



  드럼 비트는 Linn Drum 머신과 YMO의 동료 멤버인 타카하시 유키히로의 손길로 완성되었으며 기타 연주는 무려 '시티팝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야마시타 타츠로가 담당했다. 야마시타의 도움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옆 스튜디오에서 아내인 타케우치 마리야의 'VARIETY' 앨범 프로듀싱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카모토 류이치 역시 'VARIETY'의 피아노 세션을 담당하여 서로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Self Portrait는 앨범에 수록된 버전 이외에도 야마시타 타츠로의 코러스가 들어간 미수록 버전, 1996년에 피아노 3중주로 편곡한 버전이 존재한다. 2015년에 발매된 디럭스 에디션에는 역시 대표적인 시티팝 가수인 요시다 미나코의 코러스 버전이 들어가 있다.


  사카모토 류이치의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도 비교적 밝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 곡이지만, 이 곡 역시 어딘가 아릿하고 슬픈 정서를 가져다준다. 특히 흑발에서 백발이 된 지금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재해석하는 피아노 버전은 원곡을 먼저 들은 사람이라면 충격을 받을 만큼 애절하게 들린다. 일각에서는 사카모토 류이치의 꾸준한 셀프 커버가 사골마냥 끊임없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도 서서히 변하는 것처럼 작품에 대한 시선 역시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1984년에 선보였던 '자화상'이 패기 넘치는 젊은 시절의 사카모토를 그대로 나타냈다면 지금 재해석된 '자화상'은 묵묵히 세월을 견뎌온 노장의 손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