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의 크리스마스] 사카모토 류이치 DVD 인터뷰

2019.01.28 00:37RYUICHI SAKAMOTO/Posts


오시마 나기사와의 추억


  15살이나 16살 무렵부터 오시마 감독님의 팬이 되었어요. 대부분의 작품들을 감상했고 저의 영웅과도 같았어요. 어느날 오시마 감독님과 전화를 하는 기회가 있었고 오시마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들고 제 사무실에 찾아왔었죠. 그날은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영화 출연과 작곡을 병행한 활동에 대하여


  일단 어떤 장면에 어느 음악을 배치해야 하는지 목록을 길게 만들었어요. 저만의 리스트를 작성한 뒤 오시마 감독님께 보여줬는데 감독님도 그런 리스트를 가지고 있어서 둘을 비교해봤죠. 98%쯤 일치해서 무척 놀랐어요. 그때 나의 본능을 믿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과 함께 메인 테마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눈 다음 다른 테마들을 작업하기 시작했어요. 몇 가지 중요한 관계를 다루는 가벼운 모티브들 말이에요. 요노이 대위와 데이빗 보위 캐릭터를 위한 테마곡이 필요했고 미스터 로렌스와 기타노 타케시를 위한 테마곡도 필요했죠. 스튜디오 작업 기간은 총 3개월이었는데 오시마 감독님은 그중 딱 한 번만 스튜디오를 찾아오셨어요.


Forbidden Colours에 관한 뒷이야기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Merry Christmas, Mr. Lawrence)'의 보컬 버전, 혹은 팝 버전을 만들자고 처음 제시한 사람이 저였어요. 덕분에 압박 같은 건 전혀 없었죠. 처음에는 데이빗 보위가 녹음해주길 바랐지만 성사되질 못했어요. 그는 오로지 배우로서만 이 영화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곧바로 수긍이 가서 또 다른 친구인 데이빗 실비앙한테 녹음을 의뢰했어요. 그는 정말 아름답게 해냈죠. 다들 만족했고 알다시피 저와 데이빗 실비앙한테 뜻 깊은 경험이 되었어요.


동서양의 조화


  동서양의 만남에 늘 관심이 있었어요. 영화에 참여하기 전에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밴드를 활동했었는데 그 덕에 동서양의 장벽을 무너뜨렸던 거 같아요.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이 주제는 내게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지역이 다른 두 인물의 사랑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두 명의 개개인을 다룬 방대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끌릴 수밖에 없었죠. 저의 흥미와 목적을 작품에 분명히 반영하고자 했어요. 그리 간단한 건 아니었죠. 단순히 동양적인 요소와 서양적인 요소를 따로 놓다가 결합시키는 일이 아니에요. 제가 쓰고 싶었던 음악은 오히려 동서양과 아주 먼 존재였어요. 도통 알 수 없는 곳에서 비롯된 음악이죠. 다시 말해서 이 음악은 서양 사람들이나 동양 사람들한테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 동시에 아주 이국적이어야 했어요. 쉽지는 않았죠.



요노이 대위 연기에 대한 일화


  요노이 대위를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평소의 저와 무척 달랐거든요. 사실 지금도 당시 일본군들의 광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심리가 이해되지 않아요. 그래서 단지 추측만 했어요. 그들의 행동이나 자세는 알았기 때문에 흉내내려고 노력했죠. 연기를 하면서 요노이 대위가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것도 깨달았어요. 스스로를 국가에 바치는 군인이어야 하지만 영국군과 사랑에 빠지잖아요. 얼마나 흥미로운 놈인가요? 최대한 열심히 연기를 하려고 했는데도 1차 편집본을 봤을 때 경악만 나왔어요. 제 연기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트라우마가 생겨서 더 이상 연기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전혀 불가능한 일이에요.


데이빗 보위와의 추억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서 아주 놀랐어요. 그뒤 칸 영화제에서 다시 만났는데 슈퍼스타 같이 행동하길래 그 변화를 보고 다시 한 번 놀랐죠. 그는 당연히 슈퍼스타고 다양한 외면과 수많은 캐릭터들을 자유자재로 총괄해요. 저는 일개 음악인이라서 시도조차 할 수 없지만요. 데이빗 보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여러 측면을 지니고 있어요.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그를 동경한답니다.


기타노 다케시와의 추억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기타노 다케시한테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은 엄연한 명감독이잖아요. 그의 성장이 놀라울 뿐이고 특히 유럽과 같은 타국에서 거장으로 인정 받아서 기쁠 따름이에요. 지금 생각해봐도 [전장의 크리스마스]가 영화인으로서 첫 발판이었던 거 같아요.


오시마 나기사와의 재회


  [고하토]를 통해 오시마 감독님과 제가 다시 뭉쳤다고 하니 다들 기뻐했죠. 하지만 저는 오시마 감독님이 저를 잊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에 더욱 행복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이번에는 작품에 직접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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