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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Yellow Magic Orchestra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 (YMO)" 간증글


(YMO뽕을 곁들인 다음 읽어주세요)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알게 된 계기는 당연히 사카모토 류이치를 통해서였다. 평생을 피아노 앞에서 묵묵히 건반 두드렸을 것 같은 할아버지가 이토록 반전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니! 게다가 이 할아버지... 최근 인터뷰에서는 비주얼계 싫어한다고 그렇게 단언을 했으면서 정작 본인이 과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화장하고 다니고 데이빗 보위도 좋아하고(?) 그냥 뭐든 다 했다. 그래서 왠지 모를 충격과 호기심 때문에 YMO라는 그룹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전부터 고전 공포 영화들의 칙칙한 사운드트랙이나 반젤리스의 [블레이드 러너] OST를 어느 정도 건너 들었기 때문에 7080 전자 음악 그룹의 뿅뿅 사운드는 웬만큼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처음으로 들은 YMO는 이들의 자타공인 대표곡이었던 Behind the Mask였다. 이 곡은 에릭 클랩튼이 가사를 덧붙여 커버하기도 했고 마이클 잭슨 역시 Thriller 당시 댄스곡으로 녹음했기 때문에 입문 곡으로 안성맞춤일 것 같았다. 신비로운 인트로부터 국적을 알 수 없는 기계음까지. 마치 미지의 존재를 디지털 사운드로 그대로 옮긴 듯한 곡이었다.



  생각보다 뿅뿅거리진 않아서 그 점에 대해서는 긴가민가 하고 있던 찰나 그 다음으로 들은 Tong Poo와 Rydeen에 뒷통수를 마냥 가격당했다. 7080 뽕짝의 진정한 정수가 여기 다 있었던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YMO는 웬만큼 잡다한 취향 아니면 진입 장벽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 맛들이기만 하면 그 뒤로는 절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없다고 믿는다. 그냥 인민복 입은 80년대 날라리 아저씨 세 명이 내 인생을 망쳐놓았다. Tong Poo(東風)는 말 그대로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인 양 본인들의 힙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데 그지없었고 Rydeen은 우울한 사람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일으켜 막춤을 추게 만드는 마성의 테크노였다.



  YMO는 데뷔 당시부터 일본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같은 서양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사카모토 류이치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전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거듭났고 타카하시 유키히로 역시 이미 YMO 결성 전부터 록밴드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실력파 드러머였다. 또한 밴드의 리더인 호소노 하루오미는 현대 일본 대중가요의 대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포크송, 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버블 시대의 대단한 밴드를 말하는 거 같지만 이분들도 파헤쳐보면 웬만한 괴짜들 못지않다.



  특히 이상한 활동의 절정은 단연 '너에게 심쿵 (君に、胸キュン。/키미니 무네큥)'이라는 곡이다. 이때 이 할아버지들이 당최 무슨 심정으로 이런 곡을 만들었던 건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웃긴 사실은 이 곡이 무려 오리콘 차트 2위까지 기록했다는 점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나라...) 희한한 아저씨 세 명이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산뜻한 곡을 불러서 당연히 부담스럽겠지만 이 곡도 나름 다른 가수들이 커버한 최근 버전을 들어보면 꽤 괜찮은 곡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경우도 시대를 앞서갔다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어쨌든 YMO가 크라프트베르크와 같이 일렉트로닉 팝의 선구자였다는 점과 지금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명곡들을 수두룩하게 지니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은 두 말 할 것 없이 음악 장인들로 여겨지는 백발 할아버지들의 과거를 들춰보는 일도 은근 재미 있고 앞서 말한 '너에게 심쿵'처럼 수없이 다양한 매력에 킥킥댈 수도 있다. 이미 7080 뿅뿅 사운드에 인생 저당 잡힌 사람인 이상 나는 적어도 사카모토 류이치는 물론이고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와 그 소속 멤버인 호소노 하루오미, 타카하시 유키히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찾아볼 것 같다. (할배들 부디 건강만 하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