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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Movie

[아무르 (Amour, 2012)] 감상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는 정말 사랑 영화가 맞는 걸까? 'Amour'가 사랑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니까 사랑을 다룬 작품인 건 분명하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 사랑이 대체 누구의 것인지 의문만 생길 뿐이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어느 노부부의 지고지순한 순애를 그린 작품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르]는 절대 그런 낭만적인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아내와 그녀를 헌신적으로 돌봐야 하는 남편의 애처로운 상황을 담고 있다. 한 평생 존경과 명성이 뒤따르던 음악인이었지만 이제는 병상에 누워 운명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아내는 회복되기는 커녕 제어 불능의 상태가 된다.

 

  [아무르]는 명백히 안느와 조르주 두 인물만의 세계를 파고든다. 물론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딸, 안느를 돌보는 간호원, 젊은 피아노 제자 등 제3자가 간간이 등장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두 인물은 자신들의 세계가 침범당하는 걸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죽음과 맞설 때에도 그들의 영역 내에서만 해결하려고 든다. 이는 영화 초반부에 맹세한 두 부부의 깨뜨릴 수 없는 약속 때문이기도 한데, 상황이 악화될수록 그 약속마저 위태로워져만 간다.

 

  이때부터 이 영화의 본격적인 인지 부조화가 시작된다. 흔히들 [아무르]를 현실적인 멜로드라마라고 여기지만 내겐 관객 기만 영화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르]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극적인 소재로 관객들의 눈을 멀게 한 뒤 폭력의 상황으로 내몰기까지 하는 작품이다. 물론 인간이 살아가면서 누구나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다룬 작품인 건 맞다. 그런데 [아무르]는 도리어 가장 '현실적'이어야 할 순간에만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포장하고, 가만히 보고만 있던 관객들을 영화의 공범으로 내몰아버린다.

 

  과연 [아무르] 속 사랑이 상호 관계적인 사랑이었을까? 한쪽만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사랑은 아니었을까? 단지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 영화라고 말하기에는 찝찝한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물론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나쁜 작품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감독은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으로 영화 속 세계는 물론이고 그 바깥마저 모든 걸 자신의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몸부림친다. 아마 미카엘 하네케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잔인한 작품은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히든] 그 어떤 영화도 아니고 [아무르]일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