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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Movie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감상

 

  [캡틴 마블]을 보고 나서 곧바로 떠올린 단어는 절치부심이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캡틴 마블]은 자신의 단점을 충분히 숙지한 뒤 그런 부분마저 줄곧 안고 가며 마음 한 구석을 기어이 요동치게 한다. [캡틴 마블]이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세련됐다고 느낀 이유 중 하나는 [메멘토]나 [제이슨 본] 시리즈 같은 스릴러 작품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억 상실' 소재를 히어로 장르로 끌어들여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극이 진행될수록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주인공의 설정은 이 작품이 장르 영화뿐만 아니라 여성 영화로서도 탄탄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영화의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작품이 너무 뒤늦게 나왔다는 점이다. 세계관 측면으로 봤을 때, [퍼스트 어벤져]처럼 진작에 등장시켰다면 몰라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갑자기 시대 배경을 돌려 새로운 영웅을 소개한다는 건 [엔드게임]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다소 황당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영화 안에서 따져야 할 것이 아니라 바깥 현실을 들여봐야 될 텐데, DC의 [원더 우먼] 단독 영화가 성공하고 나니 마블 역시 이제 와서 자사의 여성 히어로를 부랴부랴 내세운 건 아닌지 하는 섭섭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캡틴 마블]의 제작진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더욱 공들인 것 같기도 하다. 혹자는 후반부의 극적인 변화가 '캐릭터 붕괴가 심한 것 아니냐'면서 비판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미 영화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맞닥뜨린 과거의 핍박, 소수자로서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소외 등 여러 소재를 은연히 끄집어내며 인물한테 힘을 부여해야 하는 마땅한 이유를 층층이 쌓아두었다. 더군다나 이미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인데 '누가 세다, 누가 약하다' 겨루는 건 쓸데없는 시간 낭비로밖에 안 보인다. 아트하우스 영화든 블록버스터 영화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작품은 꾸준히 나와야 한다. 그동안 희망을 느낄 여건조차 안 되었던 이들도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기회를 누리며 쾌감을 가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번이 늦은 건 어쩔 수 없다 치고, 시대를 담아내며 그에 따른 정서를 같이 나누는 것이 영화라는 대중 예술의 본 역할이기 때문이다.

 

  • 비밀댓글입니다

    • 으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ㅠㅠ (티스토리는 비밀 댓글은 돼도 비밀 답글은 지원 안 되더라구요...) 맞아요! 저는 뒷북으로 보고 왔는데 확실히 울컥하게 하는 순간이 많았던 거 같아요 ㅠ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수요일 보내세욥!

  • 비밀댓글입니다

    • 흑흑.. 포스팅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으셨군요 ㅠㅠ 요즘 그나마 개선되고 있는 거 같던데 아직도 빈틈이 많은 거 같아요 ㅋㅋㅋ큐ㅠㅠ 일해라 티스토리..!
      앗 닉넴 계속 고민 중이긴 한데 얼른 부르시기 편하게 고쳐야겠네요 ㅋㅋㅋㅋ kavi님도 굿밤 되시길.. ღ'ᴗ'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