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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S/Movie

[어벤져스: 엔드게임 (Avengers: Endgame, 2019)] 감상

 

  지금 영화 산업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하나가 나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고 영화뿐만 아닌 다른 매체에서도 언급이 빠지면 섭섭할 만큼 사회 현상을 일으키는 중이다. 'I am Iron Man'이라고 선언하는 [아이언맨]의 시그니처 장면과 [어벤져스]에서 한데 모인 영웅들을 360도 훑는 순간은 마블 영화를 전혀 안 본 사람이라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간 대중 문화를 군림하던 MCU였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대사로도 거론되었다시피 '영원한 건 없는 법'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그간 하나의 세계관을 지켜오며 함께 울고 웃었던 배우들과 스탭들, 그리고 팬들한테 바치는 헌사이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에 합류한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는 대중과 평단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후속편 [시빌 워]는 물론, 대장정의 마무리인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의 감독직까지 오르게 된다. 그런데 루소 형제가 연출한 마블 작품들을 보면 모험심은 없고 '준수함'에만 그쳤다는 생각이 든다. [윈터 솔져]가 히어로 장르에 첩보 스릴러를 수혈하여 이전에는 접할 수 없었던 리듬감을 보여줬다면, 그 이후에 참여한 [시빌 워],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은 그저 평탄하고 균질한 길만 걸어가려고 한다. 60명에 달하는 슈퍼히어로들을 영화 한 편에 담아내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루소 형제가 만들어놓은 캐릭터들을 보자면 '정녕 이들이 이야기 내에서 숨쉬고 있는 사람들일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시빌 워]나 [인피니티 워]만 보더라도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팀을 나눠 싸운다', '타노스가 인피니티 스톤을 찾아 우주를 위협한다'라는 소재만 있을 뿐 캐릭터들은 이미 만들어놓은 이야기의 끝으로 안전 착지를 할 뿐이다.

 

  [엔드게임]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도 안녕을 고하는 것이다. 두 명의 감독들은 이전 작품에서도 보여줬듯이 주어진 역할만큼은 충실히 수행한다. 하지만 그 방식에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엔드게임]은 3시간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장황하고 중구난방이며, 관객이 빠져들기 전에 이미 영화 자체가 도리어 감정 이입을 쏟아붓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영화는 누구보다도 [어벤져스] 1편에 참여했던 원년 멤버들에 집중하지만 그마저도 몇몇 캐릭터를 대하는 처리가 허술할 따름이다. 별것도 아닌 걸 괜히 부풀렸다가 본전도 못 찾은 격인데, 일단은 10년 동안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동고동락했던 마블 세계관이 잠시 숨을 고른다고 하니 후련한 기분이 든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방식으로 세계관을 꾸려나가고 싶다면 구색 맞추기에만 머물지 않고 진정한 모험을 떠나야 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