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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BOWIE/Post

데이빗 보위의 가장 어두운 페르소나 '씬 화이트 듀크' (The Thin White Duke)


  반듯이 왁스칠한 금발, 말끔한 하얀 셔츠와 카바레 스타일의 까만 베스트와 바지. '씬 화이트 듀크 (The Thin White Duke)'는 화려함이 범벅되었던 '지기 스타더스트'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의외의 반응을 가져다주었다. 데이빗 보위가 1975년부터 1976년까지 선보인씬 화이트 듀크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정숙한 외관을 가졌지만 데이빗 보위 인생 역사상 가장 음울하고 작지 않은 논란을 부른 페르소나다. 씬 화이트 듀크의 초창기 버전은 Diamond Dogs 투어에서 연기한 '필리 소울 (Philly Soul)'이라는 이야기가 정설이다.


  데이빗 보위는 지기 스타더스트 활동을 통해 음악에 실험적인 연극 요소를 도입했으며 1973년 투어에서 기어코 자신의 캐릭터를 죽인다. 다음 해 Diamond Dogs 앨범에는 지기 스타더스트를 이은 디스토피아 캐릭터 '할로윈 잭 (Halloween Jack)'을 선보였으며 그후 플라스틱 소울 당시 주황색으로 물들였던 머리를 더 짧게 잘라 비로소 씬 화이트 듀크로 거듭나게 된다. 1976년 발표한 싱글 Station to Station에서 씬 화이트 듀크의 이름이 처음으로 언급되지만 보위는 앞서 1년 전인 1975년 Young Americans 투어에서 공작 캐릭터를 드러낸 바 있다. 페르소나의 외관은 데이빗 보위가 직접 주연한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SF 영화 [지구에 떨어진 사나이 (The Man Who Fell to Earth, 1976)]의 주인공 '토머스 제롬 뉴튼'에서 영감을 얻었다.



  씬 화이트 듀크의 특징은 '불을 가장한 얼음'으로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데 반해 격렬한 로맨스를 노래하는 공허한 인물이다. 씬 화이트 듀크를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되는 표현은 '미친 귀족', '도덕성 없는 좀비', '감정 없는 아리아 초인'이다. 데이빗 보위는 스스로 이 캐릭터를 "파시스트 타입의 지극한 아리아인이며 전혀 감정을 느낄 수 없지만 수많은 새로운 로맨스를 내뿜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죽기 전까지 사용했던 '톰 소령'과 수년 동안 선보였던 '지기 스타더스트'와 달리 씬 화이트 듀크의 활동 기간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이유로는 데이빗 보위의 지나친 약물 남용과 위태로웠던 정신 상태를 들 수 있다. 데이빗 보위는 씬 화이트 듀크 캐릭터를 소화하는 동안 파시즘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과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보여 큰 논란을 샀다. 이후 그 행동은 단지 팬들에게 인사한 것뿐이었는데 사진이 잘못 나온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1976년 초반부터 데이빗 보위는 파시즘 옹호를 절대적으로 부인하며 그간의 오해를 푸는 데 집중한다.



  Daily Express 인터뷰를 통해 데이빗 보위는 그가 연기한 수많은 캐릭터들을 설명했다. "나는 삐에로이며 모든 인물이다. 내가 하는 건 연극이고... 단지 연극일 뿐이다. 당신이 무대에서 보는 건 사악한 인물이 아니라 광대에 불과하다. 난 나를 캔버스로 여기며 그 위에 시간의 진실을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얀 얼굴과 헐렁한 바지. 그게 바로 엄청난 슬픔을 지니고 가는 영원한 광대다."라고 보위는 해명했으며 공작 캐릭터를 은퇴한 1977년에는 "그동안 나는 영국 사회에 두 세 가지 유연한 연극적 시야를 이뤘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절대 파시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수년 후 데이빗 보위는 이 당시를 "나의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나날"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위험한 발언과 불분명한 행동, 나치와 오컬트 상징에 매료됐던 과거를 후회했으며 지나친 약물 중독과 아슬아슬했던 정신 상태로 인해 Station to Station 앨범을 녹음했던 날까지 기억이 안 난다고 고백했다. 그후 데이빗 보위는 씬 화이트 듀크를 순순히 "더러운 캐릭터", "괴물 (orge)"이라고 표현했다. 건강 회복을 위해 데이빗 보위는 1976년 말 로스앤젤레스 사회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동료 이기 팝과 함께 유럽으로 떠난다. 지기 스타더스트처럼 공식적으로 무대 위에서 캐릭터를 죽이진 않았지만 유럽에 정착한 이후로 다시는 이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데이빗 보위는 거의 2년 동안 서베를린에 정착하며 브라이언 이노와 토니 비스토니와 함께 Low, "Heroes", Lodger로 이어지는 베를린 3부작을 작업한다. 아슬아슬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데이빗 보위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음악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큰 성장을 이루게 된다.